[연반/팀딕] 여장주의

글/DC/Marvel 2014. 1. 3. 21:57

튙터에 올렸던 옛날 짤글

팀딕/연/반/여/장/변/태/주의








“ 아저씨한테 다신 이런 거 시키지 말라고 할거야. ”

부루퉁한 목소리로 말하는 딕에 팀은 막 들어선 터미널 안 홍등 아래로 던져놓은 시선을 주워 담아 조수석의 딕을 가볍게 눈짓하고 웃었다.

“ 그렇게 마음에 안들어? 정말 잘 어울리는데 ”

“ 그래서 더 마음에 안들어! 아무리 필요한 일이라지만...! ”

꼭 새침때기 마냥 팔을 꼬고 어깨날을 세운 채 좌석 등받이에 기대앉고 불평을 해대는 딕을 보며 팀은 소리내어 웃었다. 투정을 잘 부리지 않는 아이인데도, 지금의 상황은 투정이 나올 만큼 마음에 들지 않겠지. 팀은 딕의 복장을 보며 말 없이 딕의 투정에 긍정을 한 표 던져주었다.

고담의 배트맨이 아닌, 리그의 배트맨으로서 일을 하고 있던 브루스에게서 ‘여장’이란 임무를 받은 건 흔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던 일도 아닌, 별로 놀랄 만한 일도 아니었다. 솔직히 팀 역시 브루스의 지시로 여장을 하고 잠입한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팀은 이미 여장을 하기에는 꽤 자라버렸고, 브루스의 사이드킥인 제이슨이 하기에는 잠입 수사에 여건되는 나이가 너무 애매모호했다. 브루스가 조사하려고 한 건 각 도시를 거쳐 은밀하게 통신망을 뻗고 있는 신규 마약단체의 실마리를 잡는 거였고, 그 마약 단체와 연결되는 가장 유력한 실마리는 한 인신 매매꾼들이었다. 청소년도 아니고, 성인 여성도 아닌 ‘아동’들을 거래하는 악질 중의 악질들. 배트맨에게는 그 소굴에서 처신하며 깊게는 아니더라고, 아지트의 위치는 알아내며 위협에도 빨리 대처할 수 있는 잠입 수사원이 필요했다. ‘여자아이’ 수사원 말이다.
그리고 브루스의 말(명령)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한 딕이 여장을 하는 건 아주 간단한 문제였다.
딕은 아직 2차 성징이 오려면 한참 먼 어린 아이였고, 애교 한번으로도 사람 혼을 쏙 빼놓을 것같은 귀여운 아이였다. 그런 딕을 여자아이로 만드는 건 가발과 여아용 아동복이면 충분했다.

일부러 아이를 인신 매매꾼들의 눈에 보이는 장소에 미끼처럼 던져놓고, 하기 싫다고 했으면서도 능청스럽게 길 잃은 아이를 연기한 딕 덕분에 그들이 주로 다니는 길로나 몇몇 거점들은 알 수 있었다. 입구를 만들어놓았으니 나머지는 배트맨이 어련히 알아서 할까. 팀은 딕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기회를 보다, 브루스의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조용하고 확실하게 딕의 탈출로를 만들어 주었다. 놈들에게는 그저 딕이 운 좋아 빠져나간 어린아이쯤에 불과할 것이었다.

지금으로 돌아와서. 팀이 가져온 차를 타고 웨인가로 돌아가는 동안 딕은 등의 반을 살짝 덮을까 말까했던 까만 가발을 벗어 뒷좌석으로 던져놓은 채 몸보다 큰 조수석에 저를 파묻고 있었다. 눈치를 봐선 입고 있던 케이프코트식의 원피스마저 벗어버리고싶어하는 듯했지만 갈아입을 옷 없어 투덜거림으로 그걸 대신하고 있었다.

“ 분명 제이슨 형이 놀릴 거야 ”

“ 하하. 심하게 놀리면 형이 혼내줄게. ”

“ 하지만 형도 놀리고 있잖아... ”

부루퉁한 목소리로 자라마냥 목을 움츠리며 대답하는 딕을 향해 장난스럽게 웃어준 팀은 질감 좋은 회색 케이프코트와 어그부츠 사이에 뻗어져나온 검은 다리를 응시했다.
터미널 안, 일정한 듯 일정하지 않은 간격의 홍등 아래 붉은 불빛과 그림자가 오고가는 그 사이. 촘촘한 스타킹이 그리 크지 않은 부피에도 늘어나 허벅지의 까만색 아래로 옅은 살빛을 드러내고 있었다. 옅게 드러난 까만 살빛의 허벅지 위를 홍등과 그림자가 피아노 건반처럼 지나치는 걸 보며 팀은 전방으로 시야를 돌렸다. 톡톡. 팀의 검지 손가락이 애꿎은 핸들만 톡톡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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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반/팀딕]열등감,약자

2013. 11. 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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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딕] 짤글

글/DC/Marvel 2013. 11. 12. 21:17

트위터에서 쓴 글들 정리

 

별, 여행, 두 사람

 

사방은 찬바람 불었다. 그곳에 있는 것이라고는 우주를 비추고 있는 유리창같은 하늘과 그 위에 서서 춤을 추고 있는 별들, 그리고 차 한대에 모든 걸 실은 두 사람 뿐이었다.

데미안은 이런 게릴라적인 행동들을 충동에 의한 별 볼일 없는 일들이라고 했지만, 딕은 웃음과 농담으로 데미안의 불평을 무마시키며 제 어린 동생의 차 위에 앉힌 후 저도 엉덩이를 붙여 앉았다. 먼 길을 돌고 돌아 몸을 굴리던 차라도, 트인 사방으로 불어오는 밤바람에 금방 식어 차가워진 쇠판 위에 걸터앉아 딕은 과장스럽게 몸을 떨었다. 감기 걸리겠다. 한 손으로 차를 짚고 고개를 숙여 창문으로 몸을 반쯤 들이밀어넣은 딕이 꺼낸 것은 담요였다. 어두운 색에 거칠기까지한 싸구려 담요. 딕은 담요를 소리나게 털고는 데미안에게 다가갔다. 청바지가 차 위에 쓸리는 소리와 데미안의 투덜거림과 딕의 웃음 소리. 딕은 자연스럽게 데미안과 제 어깨 위에 담요를 걸쳐 덮었다.

 

“ 고담에선 볼 수 없는 하늘이지 ”

 

고개를 젖혀, 하늘로 시선을 올린 딕에 데미안은 고개를 돌렸다. 보랏빛과 청색이 검은 도포 위를 휘감고 있는 그 위로 별들이 촘촘히 박혀있었다. 우주를 담은 넓디 넓은 창에 딕은 새삼스럽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주에서 보는 우주보다, 땅 위에서 보는 우주가 제일 아름다운 것 같아. 감수성 섞인 감상평에 데미안은 혀를 찼지만, 아이의 작은 시선은 여전히 하늘에 못박혀있었다. 매연으로 더럽혀지지 않은 순수한 하늘. 그 어느 때 하나 타지 않아 지문 하나 묻지 않은 깨끗한 유리창으로 보이는 우주의 너머. 데미안은 시선을 돌렸다.

 

딕은 여전히 하늘을 보고 있었다. 살짝 젖혀진 고개에 드러난 목울대와, 매끈한 턱선. 그리고 하늘을 담고 있는 눈. 데미안은 생각했다.

 

‘ 우주라면 네 눈에도 있는데 ’

 

사방은 찬바람 불었다. 그곳에 있는 것이라고는 우주를 비추고 있는 유리창같은 하늘과 그 위에 서서 춤을 추고 있는 별들, 그리고 차 한대에 모든 걸 실은 두 사람 뿐이었다.

 

오~글~오~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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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슨딕] 푸른방님 리퀘

2013. 11. 2.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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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반/팀뎀] 밀님 단문 리퀘

글/DC/Marvel 2013. 8. 27. 15:41

데미안은 제이슨과 딕을 위해 타이투스를 데리고 왔다고 했지만, 정작 타이투스를 가장 아끼는 건 데미안 본인이었다. 까맣고 윤기 나는 털이 어딜 보나 잘 먹고 잘 지낸 부잣집 개라는 걸 온 몸으로 뽐내는 검은 덩치의 머리를 쓰다듬는 데미안은 정말이지, 이젠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어 버렸다. 터치에 인색한 그 데미안이 말이다.

타이투스는 이 집에서 데미안의 손길이 가장 많이 가는 존재였다. 제이슨이 사고를 치거나 딕이 어리광을 부려 가는 손을 포함하고도 데미안은 타이투스를 아꼈고 타이투스 역시 자신의 덩치 크고 까만 주인을 잘 따랐다. 아마 그 점이 데미안이 타이투스를 아끼는 이유 중 한가지 일 것이라 팀은 추측했다.

 

“ 주인과 개는 닮는다는 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

 

단정해 보이는 까만 정장이 단단하고 균형 잡힌 몸 위로 착 달라붙는 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 번씩은 눈이 돌아가게 만드는 모습일거라 확신하며 팀은 말했다. 타이투스를 그레이트 데인의 표본 같은 몸이라고 한다면, 데미안은 남성들의 표본 같은 몸이었다. 잘 다듬어지고 조각처럼 대비가 맞는 몸이 굉장히 아름다운 표본. 딕이 언젠가 말했듯이, 타이투스의 윤기 나는 털을 쓰담아보고싶단 충동과 마찬가지로 데미안의 조각 같은 몸을 보면 만지고 싶단 충동이 저절로 일었다.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충동이었다. 하지만 정말 매혹적인 건 지금이 아닐까? 팀은 1/3 정도가 제 손에 벗겨진 까만 정장을 입고 있는 데미안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사실 그를 만지고 싶단 충동이 가장 강하게 드는 시간은 지금이라고.

 

뚜렷한 짧게 친 까만 머리 아래로 뚜렷한 이목구비, 선명한 벽안, 그리고 매서운 눈매까지- 브루스를 꼭 닮은 데미안은 의심할 수도 없는 웨인 가의 적자였고, 그를 제 손 아래 둔다는 건 등골이 오싹할 만큼 기분 좋았다. 그건 비단 그가 빚은 것 같은 외모를 가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고담의 검은 기사. 밤을 덮는 날개를 펼치며 수많은 어둠의 두려움을 꺾고, 아래에 까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을 안겨줬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팀은 자신이 어쩌면 히어로보단 빌런 쪽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글쎄. 그건 인간의 기본적인 정복욕에 가까웠다.

 

팀은 데미안의 정장 재킷을 벗기며 속살처럼 드러난 하얀 와이셔츠 위로 손을 얹었다. 그 안을 쓸 듯이 더듬으며 재킷을 벗겨내는 행동에 데미안은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냈다. 큰 고양이과 맹수가 팔다리가 묶인 채로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비슷한 것에 팀이 낮게 웃었다.

데미안은 팀의 아래에 깔리는 것을 싫어했다. 사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데미안은 누군가에게 뒤를 내어주거나 낮은 위치에서 올려다보는 걸 용납하지 못했다. 그건 데미안이 서있는 위치가 주어준 프라이드였고, 데미안 본인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던 프라이드였다. 데미안은 그 프라이드를 기둥처럼 세우고 덧칠하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런 자존심의 기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아래 깔리는 데미안을 보면 팀은 형용할 수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그 만족감에서 이루어지는 데미안과의 섹스는, 이로 말할 수 없는 쾌감을 선사했다.

 

데미안은 고통을 참을 수 있는 훈련을 받았고, 어느 정도 선의 고통은 신음 몇 번만으로 참을 수 있었다. 팀은 데미안을 육체적으로 괴롭히는 것도 좋아했지만, 엷게 살을 저미고 날카로운 바늘로 찌르는 등 가학적인 것보다는 데미안의 프라이드를 살살 긁는 걸 더 즐겨했다. 늘 찌푸려져있는 미간은 팀이 그의 프라이드에 옅은 스크래치를 낼 때마다 더욱 깊게 패였고, 그럴 때 마다 팀은 데미안에게 박고싶단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 타이투스와 네가 서있는 걸 보면 꼭 닮았어. ”

 

팀은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하며 재킷을 벗기는 손의 반댓손으로 데미안의 턱선을 훑었다.

 

“ 드레이크 넌 또 무슨 개소리를 하려고…… ”

 

“ 그냥 그렇단 거야. 이 짧은 머리카락도, 새까만 색깔도 둘이 정말 닮았단 말야. 제일 닮은 건… 역시 몸이지만. ”

 

팀은 데미안의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냈다. 팀은 인내심 있는 동작으로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벌어지는 셔츠 아래로 드러나는 탄탄한 가슴을 음미했다. 향 좋은 와인을 입 안에 굴리듯이, 흉과 상처가 그득한 탄탄한 가슴을 시선 안으로 굴려 담으며 팀이 웃었다. 까만 머리카락부터 푸른 눈, 그리고 가슴으로 내려오기 전 잠시 들린 목덜미에서 침을 넘기며 움직이는 목울대가 깨물고 핥으며 입 안에 굴리고 싶을 만큼 탐스러웠다. 저 목에 어울릴 만한 걸 들고 왔는데. 팀은 와이셔츠 단추를 풀던 손을 내렸다. 무언가를 뒤적거리는 손이 누워있는 위치 때문에 어디를 뒤적거리는지는 볼 수 없었지만, 팀이 무얼 들고 왔는지는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팀이 들고 눈 앞에 흔드는 것은 데미안의 눈에도 아주 익은 것이었다. 은색 챙이 일정한 간격으로 박힌 까만 가죽.

 

“ 그래서 내가 타이투스한테서 목걸일 빌려왔거든 ”

 

어때? 물으며 웃는 팀의 모습에 데미안이 욕지거리와 함께 주먹질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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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딕] 딕을 키우는 데미안?

글/DC/Marvel 2013. 8. 24. 23:57

모 처에서 읽은 딕 개취급하는 데미안이 너무 좋아서 시름시름 앓다가 씀...

 

 

이제 더 이상 소년이 아닌 아이는 자신들의 노집사와 같은 향이 풍겨지는 코코아를 건냈다. 웨인저의 고풍스러운 느낌보다 한층 더 오래되고, 한층 더 음울한 분위기가 풍기는 방 안에서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 하얀 머그컵을 받으며 딕은 그를 봤다. 자신의 막내 동생. 스스로가 기억하는 모습과는 다르게 제 아비만큼이나 멋있고 말끔하게 자란 데미안이 건네준 것과 같은 머그컵을 들고 맞은 편 소파에 앉아있었다.

딕은 데미안이 알 굴가로 돌아가 알 굴의 뒤를 잇는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진 않았다. 하지만 그건 그가 생각하는 최악의 전개 중 하나일 뿐이었다. 상상 안에서 더는 발을 뻗고 나아가지 않는 것들. 그런 것들 중 하나였기에 딕은 한 때 라스 알 굴이 썼던 방 안에 데미안이 주인으로 서있는 모습은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최악의 전개는 그곳까지 뻗쳐있지 않았다.

 

데미안은 이제 자신을 훌쩍 넘을 만큼 키가 크고(아마 브루스만큼 됐을 것이다. 혹은 그것보다 더 크거나) 어린아이의 매력 포인트같던 볼살마저 홀쭉하게 빠져 자신이 알고 있던 소년의 모습은 이목구비에서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 데미안은, 정말이지 지나칠 정도로 브루스를 닮아있었다.

평소 아버지를 존경하고 그처럼 되고 싶어하던 소년의 완벽한 성장에도 딕은, 어쩌면 당연하게 데미안이 낯설게 느껴졌다. 거기다 데미안을 만난 곳은 웨인저나 그 아래 마련된 배트케이브도 아닌 알 굴의 본거지였다. 쉽사리 익숙해져서 잘 컸네 내 동생, 하고 농담을 건넬 수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데미안은 몸집만큼이나 꽤나 어른스러워져서, 딕의 의심에도 날뛰지 않았다. 데미안 본인도 딕의 의심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데미안의 큰 모습이 낯선 딕만큼이나, 젊은 딕의 모습에 향수가 어린 데미안은 방으로 그를 데려와 코코아 한 잔에 설명을 곁들였다.

딕이 싸움 도중 갑작스럽게 일그러진 공간에 빨려들어간 후 온 곳은 미래인 듯 했다. 딕은 수수께끼라도 내 듯 과거의 일을 말했고, 데미안은 그 과거의 일을 대부분 딕이 기억하는 것과 거의 같게 기억하고 있었다. 딕은 제 물음에 답하는 데미안을 보며 거의 확신했다. 눈앞의 말쑥한 청년은 자신의 10살짜리 막내 동생이 맞았다. 그 확신에 믿음을 가한 것은 자신을 보는 데미안의 시선이었다. 향수가 잔뜩 어린, 10살 소년에게도 찾아보기 어려운 물기어린 향수가 자신을 비추는 그의 눈에 어려있었기 때문이다.

 

“ 많은 일이 있었어. ”

 

데미안은 소리 없이 코코아를 몇 모금 마시고 얘기했다. 딕은 과거 얘기를 하는 프로그램에 나온 청취자처럼 데미안의 말을 들었다. 더 이상 10살이 아닌 로빈. 조금 더 자란 데미안. 저스티스 리그의 위기. 배트맨의 신변에 대한 위협. 웨인. 라스 알 굴의 죽음. 반란. 그렇게 되고싶어하던 배트맨을 포기하고, 균형을 위해 알 굴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데미안. ……딕이 기억하지 못하는 이야기들. 하지만 알아서도 안되는 이야기들. 데미안은 그저 큰 사건의 뭉텅이만을 간략하게 얘기했고, 딕은 자세한 사정을 묻지 않았다. 그 뭉텅이들을 애기하는 것만으로도 데미안이 얼마나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데미안의 얘기가 끝나고, 딕은 묻고싶은 것이 많았지만 인내심을 발휘해 많은 걸 목 아래로 흘려보냈다. 그것을 흘려 보내는 데에는 데미안의 코코아가 한 몫 했고, 덕분에 하얀 머그컵 안에 담겨있던 코코아는 그 자국만 여실히 남기고 사라진지 오래였다.

차가운 방. 불이 켜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넓은 만큼 무거운 방 안에 남아있는 두 사람. 이곳에 와서 다른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기에 딕은 자신이 오지 못했다면 이 넓은 곳에는 데미안만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 그레이슨 ”

 

잠깐의 침묵 속에 먼저 말을 꺼낸 건 데미안이었다. 어린애다운 목소리는 없이, 변성기가 훨씬 전에 지나 듬직한 남성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뱉은 데미안은 잔잔하지만, 아직도 제 모습을 담으면 무언가가 진득이 떠오르는 눈을 하며 딕을 보고 있었다. 데미안은 자신을 부른 뒤로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모르는 아이처럼 앉아있었다. 그저, 바라만 보고. 과거의 흔적만이 남은 이목구비에서 그 눈만은 자신이 알던 그것과 다르지 않아 딕은 내용물이 사라져 차갑게 식어가는 잔을 내려놓았다.

 

“ 데미안. 같이 잘까? ”

 

“ 뭐? ”

 

눈을 휘둥그레 뜨는 데미안에 딕이 웃음을 흘렸다. 뭘 그렇게 놀라.

 

“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너 한참 어릴 때. 이렇게 말하니까 이상하다. 너 열 살 때. 우리 리틀 디가 아직 ‘리틀’일 때 말야. 악몽이라도 꾼 건지 뚱한 얼굴로 복도에 타이투스랑 서있으면 내가 종종 같이 자줬잖아. 기억나? ”

 

딕은 엊그제 같은 일들을 먼 과거형으로 말했다. 크고 검은 개를 옆에 세우고 불만 가득한 얼굴로 복도에 서있던 데미안. 날이 잔뜩 선 고양이같은 그 아이를 살살 달래 방으로 데리고 오면, 싫다는 티를 일부러 팍팍 내면서도 결국 자기 품에 조그만 몸을 맡기고 잠들곤 했던 제 동생을 떠올리며 딕이 웃었다. 마음대로 해. 몇 번이고 들어왔던 퉁명한 허락에 딕은 손을 뻗었다.

 

데미안의 침실은 넓었다.

웨인저에 있는 데미안의 방 역시 어린 데미안이 쓰기에는 너무도 넓고 황량한 방이었지만, 이곳은 더 이상 어리지 않은 데미안이 사용하기에도 크고, 외로워 보였다.

싫다더니 팔은 자기가 먼저 감네. 투덜거리며 혀를 차던 것도 잠깐, 익숙한 듯 품에 저를 안으며 누운 데미안에 딕은 자세를 고치며 데미안과 마주보게 누웠다. 이제는 품에 안기는 것이 아닌, 저를 품에 안는 데미안이 이렇게 큰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이렇게 답싹 안겨오는 데미안에게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도 없어, 딕은 말 없이 데미안의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짧게 친 머리카락이 손끝을 간질이기도 하고 쿡쿡 찌르기도 했다. 그 느낌만은 작은 그를 안을 때와 다를 바 없어 딕은 데미안의 등을 감싸 안고 토닥였다.

 

“ 이러기엔 좀 벅찬 크긴데. ”

 

장난스럽게 웃으며 커진 덩치에 감기 힘든 팔로 데미안을 감싸 안은 딕이 말을 이었다.

 

“ 누가 보면 우스운 광경일거야. 덩치 큰 남자 둘이서 한 침대에서 꼭 끌어안고있고. ”

 

데미안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눈을 감고, 아직도 자신의 등 뒤에서 파닥거리는 딕의 손길을 느끼며 조용히 숨만 쉬고 있을 뿐이었다. 딕은 찌푸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패인 자국이 남아있는 미간으로 눈을 돌렸다. 진하게 주름 잡힌 미간을 손으로 꾹 눌러보고 싶다 생각하다가도, 실행으론 옮기지 않았다. 딕은 데미안의 등을 토닥이던 손을 멈췄고, 데미안은 감았던 눈을 뜨며 딕을 바라봤다. 아주 가까이서 데미안의 푸른 눈을 마주하던 딕은 눈을 휘어 웃었다. 내 동생. 딕은 몸을 뒤척여 데미안에게 조금 더 다가갔다.

 

“ 자자. ”

 

고개를 끄덕이듯 데미안이 눈을 감았다.

 

 

 

 

 

( 중략 )

 

 

 

 

 

“ 널 데려올 수밖에 없었어. 여기가 아니라면, 다른 차원에서라도 데리고 와야 했지. 지금의 너처럼 말야. ”

 

강한 손짓에 흔들리며 은색 몸에 묻은 피를 튀겨낸 장검이 검집 안으로 몸을 숨기는 소리가 섬뜩하리만큼 날카롭게 울렸다. 딕은 정확하게 힘줄이 잘려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발목을 잡고 바닥에 주저앉은 채 손을 떨었다.

 

“ 내 잘못이 아냐. 먼저 죽어버린 네 잘못이지. ”

 

딕은 으득 소리가 나게 이를 다물었다. 데미안은 검집에 든 검을 든 채 딕을 내려다봤다. 어린아이의 악의 없는 잔혹함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푸른 눈동자가 주저앉은 딕 위로 높은 위치에서 올곧게 쏘아져내리고 있었다.

 

“ 이곳으로 와야 했을 때, 어머니가 유일하게 허락해준 게 너 뿐이었어, 그레이슨. ”

 

딕은 피는 심하게 베어나오지 않지만, 힘이 일체 들어가지 않는 발에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었다. 데미안 어째서, 같은 류의 말은 꺼내지도 못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같은 침대에서 서로를 토닥여주며 잠들었던 제 어린 동생에 대한 배신감에 눈을 치켜뜨며 입을 열자 ‘이빨 드러내지 마, 그레이슨’ 이란 말과 함께 거세게 관자놀이를 강타하는 검집의 끄트머리에 정신이 혼미해졌기 때문이다.

 

“ 타이투스를 데리고 오려 했지만 어머니가 보낸 어쌔신한테 죽어버려서 데리고 올 수 없었어. 날 지키려고 이빨을 세우다가 죽었지. ”

 

훌륭한 개였는데. 데미안의 어투는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었지만, 딕은 그것이 진심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자신을 끌어안고, 자신이 끌어안았던 그 날의 데미안의 눈동자에서 읽은 것을 딕은 진심이라 의심치 않았기 때문에, 딕은 더 이상 데미안이 나타내는 감정이 진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가늠하고싶지도 않았다.

 

“ 그래서 널 데려왔어. 널 키워도 된다고 허락 받았거든. 적어도 네가 타이투스보단 오래 살 줄 알았는데, 뭐가 문제였는지 너도 병들어서 빨리 죽어버리더라고. 잘 길들여놨었는데. 쯧. ”

 

데미안은 짧게 혀를 차며 장검을 고쳐 쥐며 딕을 내려다보았다. 딕의 눈은 배신감과 함께, 한없는 패닉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 못하겠어. 다친 이마를 덮은 손아래, 그 한마디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푸른 눈동자를 보며 데미안은 말을 이었다.

 

“ 네 발목에 그건 간단한 윙컷이야. 넌 너무 잘 날아다니니까 언제 새장에서 날뛰다 철장에 머리를 박을지 모르잖아. ”

 

데미안은 장검을 원래 자리였던, 벽의 장식장에 걸어놓았다. 깨지고 날아가고 부서진 방의 가구와 장식품들 위로 장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제자리로 돌아가 몸을 뉘었고, 그 일련의 과정을 보던 딕의 눈 앞엔 어느새 데미안이 바짝 다가와있었다.

 

“ 나쁘지 않을거야, 그레이슨. ‘원래의 너’도 처음엔 반항했지만, 곧 익숙해 졌으니까. 몇 밤 지나고 다시 길들여진다면, 너는 예전과 똑같이 내 침대 위에서

 

내 머릴 만지작거리다 잠들거야. 이것에서 변하는 건 별로 없어. 넌 어차피 날 사랑하고, 그 사랑이 ‘동생’에서 ‘주인’으로 바뀌는 것 뿐이니까. ”

데미안의 움켜쥔 주먹이 딕의 안면을 강타했다. 딕은 그대로 뒤로 나자빠지며 발목의 잘린 부분이 벌어지는 끔찍한 고통에 억눌린 신음을 내질렀다. 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딕을 몇 번 더 강타한 데미안은 거친 손길로 딕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머리를 움켜쥔 채 자리에서 일어나고, 저를 질질 끌고가면서도 딕은 머리를 얻어맞은 충격에 흐느적거리며 데미안의 손 위로 제 손을 겹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데미안은 부드러운 카펫 위로 동선 따라 딕을 끌며 핏자국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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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백업2

[뎀팀뎀] 뎀군의 팀양

글/DC/Marvel 2013. 8. 24. 23:54

모  구신 보는 드ㄹㅏ/마 패러디

 

 

 

 

 

팀은 입으로 뱉지 못할 말들에 속앓이를 하며 덩치 좋은 사내의 뒤를 미행했다. 비싸 보이는 수트를 빼입은 단정한 차림새의 남자는 자신의 뒤를 누가 밟고 있는 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시종일관 성난 고양이새끼마냥 미간을 찌푸린 채 제 갈 길을 가고 있어 팀의 속은 더 타들어갈 뿐이었다. 웨인 그룹의 회장 브루스 웨인의 아들이자, 현 웨인 그룹 회장. 사내의 옆에 붙어 자신에게 따라오라며 웃는 얼굴로 다그치는 ‘그’의 말이 맞다면, 미행하는 사실이 들키자마자 묻고 따지지도 않고 감방행이 될 게 분명했다.

 

 

 

 

학력도 좋아, 성격 좋아, 외모 준수해. 학창 시절 교내에서도 꽤 인기가 많았던 팀이 지금은 밖에 잘 나가지도 않는 은둔형 폐인처럼 창백한 피부에 짙은 다크써클을 눈 밑에 진하게 내리고 있는 이유는 정말이지 웃기고 어처구니없지만 그만큼 소름 돋는 것 때문이었다.

귀신. 큰 사고를 겪은 후부터 팀의 눈에는 귀신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얘긴지는 팀 본인도 알고 있었다. 세상에, 귀신을 본다니. 처음에는 사고 후유증으로 생긴 일시적인 환각이나 환청이라고 여겼으나, 점점 더 진해지고 뚜렷해지는 모습들에 팀은 자신이 인생의 정말 크고 끔찍한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걸 깨달았다. 유망하던 대학생의 인생이 전환점을 깨닫자마자 나락으로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귀신들은 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팀이 자신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득달같이 달려와 자신이 원하는 걸 요구했다. 죽은 이유만큼이나 다양한 요구와 협박들이 팀의 주위에 들러붙어 아우성대 팀은 집 밖으로 나가는 걸 꺼려하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면 꼭 한 둘은 귀신을 달고 왔다. 집에는 부두교에서 쓰는 자잘한 퇴마 용품이며, 십자가에 성모 마리아상까지- 종교적인 용품과 퇴마 용품들이 벽면을 빼곡이 장식하고 집 안 구석구석에 쌓이기 시작했다. 방은 오컬트 마니아가 봐도 오컬트 마니아라고 인정할 것 같은 분위기로 칠해지고 있었고, 방이 이상한 잡동사니들로 치장되는 만큼 꽤 밝았던 팀의 성격도 음울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이 아예 나가지 않고 살 순 없는 노릇이라고, 팀은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가게에 가기위해 가방을 챙겼다. 지하상가에 자리 잡은 가게로 간다는 건 그만큼 곤혹스러운 일이었으나, 큰 사고에 심한 후유증(주변 사람들은 후유증이라고 했다. 하긴, 후유증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을 겪고 있는 아들에 마음이 많이 상하셨을 아버지를 생각하면 아예 딱 잘라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팀은 무거운 마음으로 가방을 맸다.

가게가 있는 지하상가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탄 팀은 해당 역에 내리고 나서야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백화점이란 단어가 여러번 나왔던 이유를 알게 됐다. 지하철에서 내리고, 계단을 올라오자마자 보이는 건 거대한 말 조각상 아래로 쏟아지는 물줄기였다. 상아색의 거대한 분수와 은은한 빛의 타일들이 벽에 쫙 깔려있었고, 그 옆으론 백화점으로 들어가는 에스컬레이터와 입구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원래는 지하상가로 바로 들어가는 길에 백화점 입구가 생긴 것에 의아하며 걸음을 멈춘 팀은 저곳으로 들어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지만 결국 백화점이 지하상가의 부지를 일부분 사들여 공간을 차지했을 뿐, 지하상가로 가는 길은 백화점의 일부만 가로지르면 그대로 나온다는 걸 공지사항처럼 붙여놓은 표지에 한숨 쉬며 주춤 주춤 발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점심시간도 퇴근시간도 아닌 어중간한 낮 시간대여서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거였다.

백화점에선 새로 만든 건물 냄새가 물씬 났다. 비싸보이는 전시품들 만큼이나 고급스럽게 꾸며진 백화점 내부를 소심한 견학생마냥 둘러보며 갈 길을 가던 팀은 눈앞에 아른거리는 형체들이 한 둘씩 보이기 시작한다는 걸 깨닫곤 위축된 모습으로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고 앞만 보고 향해 걸었다. 이대로만 쭉 간다면. 아무 탈 없이 누가 들러붙는 일 없지 가게만 금방 갈 수 있다면- 이란 마음으로 빠른 걸음으로 앞을 향해 내지르던 팀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벽과 부딪힐 뻔 했다.

 

“ 뭐야. ”

 

다행히 부딪히진 않았지만 팀을 인식한 사내는 짜증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목소리로 말했고, 그에 고개를 든 팀은 자신보다 키가 조금 더 큰, 훤칠한 외모의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꼭 고양이가 하악질하며 생긴 주둥이 주름처럼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사내의 표정에는 짜증이 만연하게 묻어있어 팀은 기분이 확 상하는 걸 느꼈지만 추돌사고의 원인이 자신이라는 걸 알고 사과를 하려다 멈칫했다.

 

‘ 안 돼...! ’

 

쯧. 혀를 차고 자신을 비켜가는 사내가 있던 자리를 보며 팀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집어 삼켜야했다. 안 돼. 사내에게 붙어있던 게 분명해 보이는, 송장같이 새파란 남자가 자신을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딕 그레이슨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 - 그러니까 귀신의 모습은 비현실적일 만큼 창백하고, 잘 보면 뒤가 비쳐보인다는 걸 제외하곤 다른 귀신들과는 달리 흉측하지 않았다. 귀신들은 자기가 죽을 때 모습을 하고 있는 게 대부분이었고, 그 대부분에 플러스 알파들은 더 흉측한 모습으로 돌아다니곤 했지만, 딕은 죽은 사람이란 걸 감안하고도 잘생긴 미남이었다.

접근 방식도 남달랐다. 망했단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된 팀을 향해 딕은 손을 까딱 흔들며 인사했다. 귀신이 인사라니. 전환점에 든 자신의 인생에서 보아온 귀신들은 모두, 자신이 귀신을 볼 줄 안다는 걸 알자마자 달려와 겁에 질리게부터 만들었는데, 딕은 달랐다. 인사라니. 딕은 날 볼 수 있구나, 신기하네. 같은 친근한 말을 건냈고, 팀은 사람이랑 대화하는 기분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러나 저러나, 그 귀신이나 이 귀신이나 똑같다고, 딕 역시 팀에게 말을 건 이유는 부탁이었다. 내 부탁 좀 들어줄래? 정중하지만, 따지고보면 여타 귀신들이 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말에 팀은 인상을 찌푸렸다.

 

‘ 간단한 거야. 좀... 간단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며 빙긋 웃은 딕은 손가락으로 옆을 가리켰다. 그 곳엔 방금 전 팀과 부딪힐 뻔 했던 사내가 정찰이라도 하 듯 백화점을 돌다 매장의 직원들에게 인사를 받고 있었다. 허리가 아주 꺾일 기세로 인사를 하는 직원들을 보니 딱 봐도 사내가 이 백화점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팀은 다시금 딕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 데미안 웨인. 성만 들어도 딱 감이 오지? 내 동생인데, 전해줄 말이 있거든. ’

 

“ 웨....! ”

 

팀은 예상치 못한 거물의 이름에 입을 다물었다. 데미안 웨인이라니. 동굴 속 박쥐처럼 집 안에서만 지내며 인생의 벗처럼 지내왔던 인터넷과 티비에서 자주 언급되어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이름에 팀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속삭였다.(속삭여도 주위에선 허공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이상하겠지만, 큰 소리로 말하는 것 보단 시선을 덜 받았다)

 

“ 하지만 형은 ‘그레이슨’이라면서요. ”

 

‘ 음, 맞아. 가정사가 좀 복잡하거든. ’

 

어깨를 으쓱이며 별 일 아니란 듯 말하는 딕에 팀은 어처구니가 없어 입을 다물었다가 사내 - 엄연히 따져 이 백화점의 주인인 데미안 웨인을 턱짓을 가리키며 팀에게 움직이길 부탁했다. 말이 좋아 부탁이지, 요구나 다름 없다 생각하며 팀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발을 움직여야 했다.

 

“ ...그래서, 형이 전하고 싶단 말이 뭔데요? ”

 

팀은 상당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데미안의 뒤를 밟으며 물었다. 딕은 걸음소리 없이 걸으며 말했다.

‘ 전해주지 못한 물건이 있거든. 그게 어디있는지만 알려주면 돼. ’

 

“ 그게 어디 있는데요? ”

 

‘ 나랑 데미안만 아는 곳. ’

 

그럼 나보고 지금 데미안 웨인씨한테 가서 ‘돌아가셔서 당신 옆에 붙어있는 딕 그레이슨씨가 저한테 와서 말하시길 전해주지 못한 물건이 있으니 당신이랑 그레이슨씨만 알고 있는 곳에 가서 찾아보라는데요’ 라고 말하라구요? 그것 참 말 되네요. 톡 쏘아 말하는 팀에 딕이 하하, 웃었다. 새파랗게 뜬 안색에 뒤가 비치는 귀신인 주제에 생기있게 웃는 모습이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팀이 덧붙였다. 잘못하다간 한 대 맞을 것 같은 인상도 그렇고.

데미안 웨인의 뒤를 밟는 건 예상치 못하게 오래 걸릴 것 같았다. 그저 말만 전해주고 오면 되는 쉽고도 어려운 부탁이었지만, 백화점 사장이 시찰을 하고 있으니 잘 보이려는 브랜드 매장 직원들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가는 길에 와 인사를 건네고 말을 건네고 하는 바람에 팀이 그에게 말을 걸 타이밍이 좀처럼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작 원흉인 딕 그레이슨씨는 그럼 부탁해, 하는 말과 함께 자신의 원래 자리(그러니까 데미안의 옆)로 가더니 뿅 하고 사라져버려서 팀을 더욱 곤란스럽게 만들었다. 언제 끝날지 모를 미행, 그리고 들키는 순간 곱게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나가서 얘기를 해도- 그러니까 이러나 저러나 곱게 끝날 결과는 없는 선택지의 갈래에 놓여 보이지 않는 끈에 매여 끌려가던 팀은 한눈 판 사이 시야에서 사라진 사내에 놀랐다. 사라진다고 잘 안보일 덩치도 아니건만 감쪽같이 사라진 사내에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발걸음을 빨리하던 팀은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가 서있었던 곳에 다다르자마자 가방을 당기는 강한 힘에 뒤로 휘청 밀려야했다.

 

“ 너 뭐하는 놈이야. ”

 

짤막하게 들었던 목소리가 정확히 뒤에서 들리자 팀은 바짝 굳으며 꼬리 잡힌 쥐처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딱 봐도 비싸보이는 수트와 단정한 차림새에 어울리지 않게 미간이 잔뜩 구겨진 얼굴을 하고 있는 사내 - 데미안 웨인이 자신의 가방을 붙잡고 자신을 잔뜩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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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 백업1

[브루딕ts] 에르님 리퀘 (´;ω;`)

2013. 7. 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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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즈]로 퍼/시/픽/림 썰 (2) (스포주의 왕주의)

글/DC/Marvel 2013. 7. 15. 16:50

(1)에서 이어짐

 

 

데미안은 딕과의 드리프트를 성공적으로 끝냈고, 그건 데미안에게도 예거를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됐음. 딕은 그에 자신이 맞지 않았냐며 당당히 말했고, 데미안의 입장도 떳떳해 졌음. 그렇게 둘은 파트너가 되었음.

카이주들은 쉬지 않고 찾아왔고, 4등급 두 마리가 나타났을 때 둘은 예거에 올라탔음. 데미안에겐 첫 출정이었고 딕에겐 데미안을 파트너로 한 첫 출정이었음. 브루스는 여전히 걱정이 앞섰지만, 딕은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고 데미안은 기세 등등해보였음. 사실 그래서 더 걱정된건지로 몰랐음.

 

카이주는 기지와 별로 떨어져있지 않은 곳에 나타났음. 운송기로 운송되는 예거 안에서 드리프트 중인 딕과 데미안은, 거의 딕 위주로 대화를 했음.아마 이 날이 둘이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날일 거임(입으론).

사실 둘은 드리프트 시험날 이후로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음. 데미안은 자신이 곧 예거에 탈거란 확신감에 육체적 훈련에 더욱 몰입했고, 딕은 제이슨에게 이 소식을 전해주러 병원에 갔었음. 제이슨은 이 소식에 굉장히, 노골적으로 기분 나빠했지만 어쩔 수 없는 거였음. 솔직히 머릿 속을 공유하는거니, 임시 파트너라고는 하나 기분이 좋을 리 만무했음. 그 싹수노란 꼬맹이라고 데미안을 칭하며 속 안이 어땠냐고 묻는 제이슨에 딕은 그냥 어린애라고 얘기했음. 어차피 제이슨이 낫고 둘이 다시 드리프트를 하게 되면 제이슨이 자신의 머릿 속에 들어와 데미안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생각, 기억을 읽겠지만 이래나 저랬거나 지금 데미안의 마음을 입으로 말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음. 딕이 본 데미안의 기억과 감정들은 존경하는 아버지의 틀에 자신이 맞지 않아 틀 안에 집어넣을 모형을 마구잡이로 내려치는 어린아이같았음. 그 왜, 아기들이 지능 발달을 위해 가지고 노는 모양틀이 있는 나무 상자. 그걸 갖고 놀며 자신이 원하는 모양틀 안에 손에 쥔 모형을 놓기 위해 애를 쓰는 아이. 하지만 그 모형이 어디가 어떻게 틀려 안들어가는지 방법을 몰라 떼를 쓰는 아이. 딕의 생각으론 그랬음. 데미안의 기억의 눈을 통해 본 브루스는 늘 엄격했고, 높은데다 다른 곳을 보고 있었음. 브루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전장이었고, 전장에는 너무도 많은 것들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그의 시야와 움직임을 묶어놔 데미안에게로 시선을 돌리게 할 여유가 없어보였음. 딕은 그런 브루스의 뒷모습을 한참 보는 데미안이 참 딱하다고 생각했음. 양아들이기는 하나, 브루스와 오랜 시간을 보내며 친자처럼 자라온 딕은 너무나도 잘 아는 느낌이었음. 막내동생에 대한 동정심과 애정이 살폿 피어난 감정을 갖고 딕은 데미안을 바라보기 시작한거임.

 

데미안 역시 딕의 기억을 보았음. 딕의 어린시절에 있었던 불운, 사고, 그리고 전 파트너였던 제이슨에 대한 기억, 친형제와 다른 없는 형제애, 그리고 아버지의 칭찬까지. 거의 대부분을 그 짧은 시간에 받아들이고 보게 된거임. 데미안은 그 기억 속에서 딕과 제이슨을 칭찬하던 브루스의 모습을 잊을 수 없었음. 데미안에게 브루스의 그런 모습은 존재하지 않았음. 브루스가 데미안과 둘을 차별하는 건 아니지만, 시기가 적절하지 않은 건 사실이었음. 데미안이 브루스의 곁으로 왔을 때, 브루스는 죽어나가는 예거들과 카이주의 거세지는 습격, 4등급의 등장, 예거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의 의문 등으로 심신이 고달파질 정도로 바쁘고 삭막해져있었음. 피로가 몸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 점점 갉아먹고 있었던 거임. 브루스는 예전의 브루스 그대로였지만, 누군가를 칭찬하고 돌아봐줄 여력이 없던 시기에 데미안이 온거임. 그러니 데미안에게는 딕의 기억 속처럼 무언가 성공했거나, 좋은 결과에 대한 브루스의 칭찬의 기억이 없었던 거임. 딕은 가지고 있는. 이 부분에서 데미안은 묘한 시기감이 생겼음. 드리프트 때야 밀려오는 기억을 뒤로 하고 예거를 작동시키는 데 집중해 딕에게 그런 시기감을 느끼지 않았지만, 드리프트가 끝나고 생각을 정리해보며 흘러들어온 딕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그런 시기감이 생긴거임. 나는 그레이슨보다 더 잘할 수 있는데, 못한 게 없는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거임.

 

물론 이번 정식 출격에서 드리프트하며 딕은 그걸 느꼈지만, 딱히 다른 별다른 말도, 생각도 하지 않았음. 딕은 데미안을 이해했음. 데미안이 들으면 욕지거리를 부어줄 소리지만 딕은 데미안에게 아버지의 정이 필요한 시기라는 걸 알고 있었고(이 썰에서 데미안은 이제 갓 성인의 문턱을 넘기 위해 발을 디딘 10대 후반) 아버지를 눈 앞에서 잃은 후 브루스에게 훈련 받으며 아버지의 애정을 갈구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더욱 이해할 수 있었음. 자신은 제이슨과의 형제애로 애정에 대한 면은 많이 극복할 수 있었음. 하지만 데미안은 혼자고, 데미안의 외가에서도 그다지 애정을 받지 못한 것 같았음. 그러니 애정이 필요한데 주는 곳은 없어 날이 선 새끼고양이처럼 변해버린거임. 어째됐건 둘은 서로에 대해 이해와 오해를 갈라 갖고 있었음.

 

한낱 사람에겐 한없이 깊은 심해지만, 예거에겐 허리 아래로 오는 얕은 물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보였음. 어둡지만 레이더에서 정확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있는 카이주의 공격에 맞서 딕과 데미안은 브루스의 걱정과는 달리 꽤 잘 싸웠음. 딕은 많은 실전으로인해 싸움에 능숙한 사냥꾼이었고, 데미안은 시뮬레이션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였던 우수 파일럿이었음.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드리프트는 협동심이었음. 데미안은 딕에게 반감을 갖고 있었음. 그러니 딕이 이렇게 하자, 라고 생각한 거에 대해 거부하는 게 크고 많았음. 실전에서 드리프트 싱크로율이 떨어져 둘 다 예거에 튕기거나 접속이 끊기거나, 정말 우습게도 예거가 손발이 안맞아 넘어지는 사태는 면하기위해 딕은 어쩔 수 없이 데미안의 행동을 따랐음. 데미안은 딕이 자신을 우위로 봐서가 아닌, 그저 어린애 대하듯이 보는 것과 동시에 딕의 눈으로 본 자신이 확실히 어린아이처럼 굴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에 더욱 제멋대로 굴었음. 그러다 일이 터진거임. 카이주와의 싸움 도중 꽤 멀리까지 밀려난 둘의 옆에 카이주와 예거가 일으킨 물살에 이도저도 못하는 어선을 딕이 발견한거임. 딕의 시선을 통해 데미안의 머릿 속에도 어선의 위치와 바람 앞의 촛불같은 어선의 모습이 그려졌음. 하지만 의견은 아주 확실하게 갈렸음. 딕은 저들을 살리려했고, 데미안의 우선사항은 카이주를 죽이는 거였음. 군사로서 우선사항을 따져본다면 카이주를 죽인 후 뒷일을 하는 게 맞지만(소보다 대의를 위해) 딕의 성격상 그런 건 용납 안되는 일이었음. 하지만 데미안은 아까처럼 제멋대로 굴려고했음. 예거의 거센 움직임에 어선이 파도 위로 크게 점프하며 내려앉았고, 다시 꺼져가는 촛불의 위기 속에서 일렁거리고 있는 걸 봤을 때 딕은 데미안의 이름을 화가 난 목소리로 불렀고, 그와 동시에 예거의 시스템이 다운됐음. 드리프트의 싱크로율이 아주 바닥을 치며 예거와의 접속이 끊긴거임. 브루스는 상황실에서 딕과 데미안의 예거가 싱크로율 다운으로 인해 멈췄단 말에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음을 깨달았음. 멈춘 예거는 카이주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음. 엉덩방아를 찧고 심지어 카이주의 이빨이 헤드를 뚫고 조종석을 위협했음. 바로 옆에서 보이는 카이주의 날선 이빨에 딕과 데미안은 긴장했음. 누굴 탓하고 뭐고 할 시간이 아니었음. 같이 출격해 먼저 카이주를 해치운 켄트 부자의 예거가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둘은 벌써 황천길이었을거임. 딕과 데미안은 본부로 돌아와 브루스에게 아주 크게 혼났고, 딕은 한동안 예거에 타지 말라는(어차피 수리 중이라 탈 수도 없었고, 브루스의 반응으로 보니 데미안은 조종석에서 쫓겨날 것 같았음)명령과 함께 방으로 돌아갔고, 데미안은 브루스와 긴장감에 압박되 죽을 것 같은 훈계시간을 가져야했음.

 

 

[로빈즈]로 퍼/시/픽/림 썰 (1) (스포주의 왕주의)

글/DC/Marvel 2013. 7. 11. 23:35

망썰도 주의 캐ㅐ붕은 늘 주의...(1)을 달아놓긴 했으나 뒤에도 찔지는 모르겠음...

 

 

예/거/ 프로그램이란 것 자체가 진짜 좋았던 것 같다...

브루스가 예/거/프로젝트 사령관이고, 동시에 초기 예거 탑승자였으면 좋겠다. 그 뒤로 몸이 많이 상해서 사령관으로 전직한 후 다른 파일럿들을 기르고 프로젝트를 총괄하게 됨.

딕과 제이슨은 브루스가 아직 예거를 타던 때에 카이주의 습격으로 초토화된 마을에서 차례로 구한 애들임. 딕은 부모님과 가족같았던 단원들을 모두 그 자리에서 잃고 혼자 살아남았고, 제이슨은 원래 떠돌이였으니 둘 다 브루스의 양자처럼 군으로 들어와 파일럿 훈련을 받으며 살게 됨. 둘은 친형제처럼 자라게 되고 성격은 다르지만 꽤 마음도 맞아 드리프트를 하게 됨. 드리프트 싱크로율도 좋았고, 시뮬레이션 성적 역시 둘 다 우수했기때문에 둘은 실전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보이게 됨.

 

팀은 파일럿이 되기 위해 군에 자원한 유형. 시뮬레이션 성적이 우수해 곧 파일럿이 될 뻔 했으나, 카이주 습격으로 부모님을 잃은 후 카이주에 대한 증오가 깊어 드리프트시 악영향을 (마코의 경우처럼ㅇㅇ) 끼칠 수도 있고, 아직 정신적으로 미숙하다는 브루스의 판단 하에 파일럿 후보로만 계속 남아있음. 사무업에도 실력이 좋기때문에 브루스의 훌륭한 조수 겸 비서처럼 옆에서 사령일을 도와 줌.

사실 가장 고민했던 게, 주인공처럼 형을 죽이기보단, 제이슨이 바다에서 카이주와 싸우다가 카이주의 단단한 이빨이 조종석을 직접적으로 부수는 바람에 안전 걸쇠가 떨어져나가서 다리를 심하게 다쳐 완치하려면 몇달 걸리는 상처를 입게 되고, 그래서 예거에 탈 수 없게 되자 딕의 부조종사를 새로 뽑을 때 딕의 부조종사를 누구로 해주냐가 가장 고민이었음.. 팀도 좋고 데!미!안!!!! 하지만 팀은 사무직을 맡기고싶으니 데미안으로 ㅎㅎ... 왜그렇지 ㅠㅠ팀은 디게 유능한 비서같은 느낌임... 왜 내 안의 팀이 이런 새침떼기같은 그런... 이런거지...?? 근데 데미안을 예거에 태우려면 나이를 좀 높혀야하는구나... AU니까 괜찮을거야..

 

데미안은 브루스의 친아들로 사실 친아들이라고는 하나 브루스도 원작처럼 뒤늦게 알고 받아들인 거라 딕과 제이슨이랑은 부대에서 후에 만남. 데미안은 예거 파일럿으로서 이름을 떨쳤던 아버지를 존경하며 카이주들을 모조리 박멸해버리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는 청소년이었음. 하지만 그게 문제 였음. 데미안은 자기의식이 너무 강했고 자기주장이 너무 또렷한데다 제멋대로 기질이 강해 2인 플레이, 즉 협력이 중요시되는 예거의 파일럿으로 들어가기엔 너무나 미숙했음. 예거에 올라타는 것 자체가 육체적인 강함도 있어야하나 정신적으로 상대방과 링크되는 게 가장 중요하기때문에 이로보나 절로보나 데미안은 너무 부족했음. 그래서 브루스는 미숙하단 이유로 데미안을 파일럿에 두지 않았고, 데미안은 그런 아버지에게 불만이 많았으나 반항하지는 않았음. 다만 카이주의 공격에 산산조각나는 예거들이 있으면 그걸 모니터로 보며 저딴식으로 밖에 못하냔 투정을 속으로 부릴 뿐이었음.

 

그러다 제이슨이 부상을 입고, 딕이 부조종사를 받아야하는 사건이 일어난거임. 브루스는 딕에게 자신이 올려준 후보 명단을 데미안 편으로 보냈음. 불안하긴 하지만, 그날따라 생명의 장벽이니 뭐니 하는 그런 얼토당토않은 걸 거론해대는 윗대가리들때문에 바빴음. 다른 대원들은 각자 자신의 일을 하느라 바쁜데다가 자기 옆에서 견습으로 일을 배우는 팀은 자기 비서겸으로 자기랑 같이 회의에 참여해야했기때문에 브루스는 개인 훈련중이던 데미안에게 후보명단을 좀 전해달라고 함. 데미안은 내가 이런 잡일까지 해야하나 생각하지만 입 밖으로 내진 않고 알겠다며 명단을 들고 딕의 방으로 찾아감.

 

딕은 제이슨의 병문안을 갔다가 방으로 돌아와 쉬고있었음. 지금까지 같이 드리프트했던 제이슨이 다친 것도 큰일이었지만 파트너를 잃고 반쪽짜리가 되어온 파일럿들의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제이슨이 살아돌아온 것, 거기다 불구가 안된 것 만으로도 하늘에 감사할 일이었음.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제이슨이 다 나을 때 까지 카이주들이 기다려줄 리가 없었고, 딕과 제이슨이 타는 예거는 카이주에 대항하는데 꼭 필요한 병기였음. 예거들이 점점 진화하는 카이주에 맞서 파괴되고 파일럿이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기때문에 고양이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시점에서 예거를 쉬게 둘 수 없었던 거임. 거기다 제이슨이 완치하려면 거의 석달은 걸릴텐데, 석달 안에 지구가 종말하지 말라는 법도 없었음. 그래서 딕은 결국 브루스의 제안을 받아들여 호흡을 맞출 부조종사를 받게 됨. 부조종사가 될 후보들은 파일럿 훈련을 받던 예비병들이기 때문에 아마 운이 좋아 살아남는다면 제이슨이 나은 후, 부조종사가 다른 예거를 탈 때 실전경험이란 진귀한 것을 갖고 돌아갈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었음. 하지만 남과 드리프트하는 건, 기억과 정신 자체를 공유하는 것과 마찬가진데 그게 썩 기분좋을리가 없었음. 제이슨이야 아픔을 나누고 형제처럼 자랐으니, 아니 형제나 다름없으니 그렇다쳐도 타인이라니... 예거 파일럿 대부분이 부자나 형제, 남매란 걸 고려해보면 참 찝찝한 일이었음. 그렇게 방에서 심란하게 있을 때 데미안이 찾아왔음.

딕은 데미안을 별로 알지 못함. 본 것도 그냥 브루스의 아들이란 말 들을 때 한번 뿐이었음. 처음부터 데미안은 자신들이 자기 아버지를 뺏은 것 마냥 으르렁댔기때문에 사적으로 말을 섞은 적도 없었음. 브루스에게 보고를 올리거나 대화를 할 때 그의 옆에 서있는 걸 보거나 훈련장에서 홀로 훈련하는 모습을 본 것 뿐이었음. 그래도 동생이 둘이나 있는 딕은 데미안에게 악감정이 없었음. 제이슨은 꼴꼴하게 노려보는 데미안을 마음에 안들어했지만 딕 본인은 썩 싫진 않았음. 오히려 아직 자기들보다 어리고 따지면 막내동생인 데미안에게 호감이 갔음. 딕은 명단을 가져온 데미안에게 브루스는? 하고 물었지만 데미안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아무말도 없었음. 꼭 차밑에 숨어있는 길고양이한테 말거는 느낌이라 딕은 무안한 듯 고개짓만 하다 앉아 명단을 뒤적거렸음. 아마 나가려는 데미안을 불러세운다고 제대로 보지도 않았을거임. 딕은 명단을 손으로 뒤적거리며 뒤돌아나가려는 데미안을 불러세웠음.

 

" 넌 명단에 없어? "

 

무슨 헛소리냐고, 지금 놀리는거냐고 말하려고 뒤돈 데미안은 딕의 표정이 목소리만큼이나 놀림조가 아니란 걸 알고 인상찌푸리는 걸로 대신했음. 사실 딕도 브루스가 왜 데미안을 파일럿에서 제외했는지 잘 알고 있었음. 데미안은 거칠고 마이웨이가 강한 성격이었음. 하지만 행동력있고, 성적 좋은 우수생인것도 알고 있었음. 딕은 데미안을 보면서 제이슨을 떠올렸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지만 사실 제이슨과 처음 드리프트할 때 제이슨의 마이웨이를 감당하기 힘들어 오류가 생긴 적도 빈번이 있었음. 데미안을 보니까 꼭 그게 떠올랐음. 제이슨은 드리프트로 딕과 감정, 기억을 공유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잡고 다스릴 틀을 다질 수 있었지만 데미안은 그런 틀을 다질 기반이 없다고 생각했고, 데미안은 그런 딕의 생각은 알지도 못한 채 인상을 구기며 방을 나갔음.

 

딕은 명단을 보는 내내 적합자는 데미안밖에 없단 생각을 놓지 않았음. 결국 명단은 보는 둥 마는 둥 흐지부지 보다가 회의를 마친 브루스가 딕에게 부조종사는 선택했냐는 말에 데미안을 부조종사로 선택하고싶단 얘기를 꺼냈음. 사실 데미안 얘기를 하기 전에, 딕이 사령실로 왔을 때부터 팀은 자신이 딕의 파트너가 되야된다고 주장했음. 확실히 팀은 시뮬레이터 성적도 우수했고(51드롭 51킬ㅋ) 겉보기엔 브루스처럼 차분하고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파일럿으로서 적합한 사람이었음. 하지만 팀의 주장을 묵살시킨 건(아주 조심히) 브루스가 아닌 딕이었음. 미안하단 말로 시작해서 자신은 데미안을 선택했다는 앞의 두사람에게 충격을 안겨줄 말을 전한 딕은 멋쩍게 웃었음.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돌이킬 마음은 없었음. 브루스는 데미안은 미숙하다, 아직 자기 감정이 제어가 안된다, 드리프트 자체가 실패할 수도 있다, 라는 말을 늘어놓으며 안된다했고, 팀은 어처구니없어하며 길길이 뛰었음. 딕은 자기가 생각했던거랑 똑같은 레퍼토리로 얘기하는 둘에게 말했음. 제이슨 역시 데미안과 마찬가지였다고. 한평생 같이 기억과 감정을 공유하던 사람이 다치고, 임시라고는 하나 그게 바뀌는건데 그건 자기가 선택하고 싶다고. 그렇게 조리있게 잘 얘기했음. 브루스는 팀과 마찬가지로 절대 안된다고 했고, 딕의 의견은 묵살당하는 듯 했지만 딕의 끈질긴 부탁으로 드리프트를 시도해보는데 까지는 허락받을 수 있었음.

 

그렇게 어찌어찌흘러 딕과 데미안의 드리프트 시험시행날이 왔음. 데미안은 자기가 예거에 타도록 허락한 브루스에 드디어 아버지가 자신을 인정해줬다는 도취감에 빠져있었음. 물론 그레이슨과 드리프트 해보라는 지시를 내릴 때 브루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음. 분명 '드리프트 시험시행만'이라고 했지만 데미안의 머릿속에서 드리프트 시험시행은 예거를 타고 카이주의 멱을 따러 가는 것과 직결되어있었음. 데미안은 파일럿 수트를 착용하고 자신의 파트너가 될 딕을 봤음. 볼 때 마다 사람좋게, 친근하게 웃는 얼굴이 마음에 안드는 녀석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자신에게 예거를 타게 할 쿠폰이란 생각이 들 뿐이었음. 이게 브루스가 걱정했던 문제였음. 가장 큰 문제. 데미안은 예거탑승 프로그램인 2인 탑승제의 가장 중요한 협력을 잊고, 파트너인 딕을 동등한 대우가 아닌 수족정도로 생각하는 거임. 어찌됐건 드리프트는 시행됐음. 수트가 안전장치에 고정되며 접속이 안정화되었다는 기계음과 함께 딕이 말했음.

 

" 수많은 기억이 들어오면 그냥 물 흘리듯 보내. 절대 토끼를 쫓으러 가지마. 내 말은, 기억이 흘러들어온다고 그 기억을 붙잡고 있지 말란 말이야. "

 

딕은 제 헬멧을 오른손으로 툭툭 치며, 자신의 왼편에 자리잡은 데미안을 봤음. 데미안은 혀를 끌 차며 그딴 거 말 안해도 안다고 얘기했고 딕은 작게 한숨을 쉬며 수트 연결에 이상이 없다는 사인을 바로 앞의 점검실로 보냈음.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며 안내음성에서 드리프트 접속 초시간을 재었음. 숫자가 점점 작아지고 마지막으로 1을 외쳤을 때 둘은 서로의 정신 속에 접속했음. 서로의 기억과 감정이 봇물 터지듯 어마어마한 속도로 스쳐지나가며, 마치 급류에 휘말린듯한 기분을 짧은 시간이지만 길게 느꼈다 돌아온 둘은 서로가 연결되어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음. 처음 해보는 드리프트에 잠시 숨을 멈춘 데미안을 고개돌려 보며 딕은 씩 웃었음.

 

" 쿠폰? "

 

" 닥쳐 "

 

어찌됐건 둘의 드리프트는 성공적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