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뎀/딕] 짤글

글/DC/Marvel 2013. 11. 12. 21:17

트위터에서 쓴 글들 정리

 

별, 여행, 두 사람

 

사방은 찬바람 불었다. 그곳에 있는 것이라고는 우주를 비추고 있는 유리창같은 하늘과 그 위에 서서 춤을 추고 있는 별들, 그리고 차 한대에 모든 걸 실은 두 사람 뿐이었다.

데미안은 이런 게릴라적인 행동들을 충동에 의한 별 볼일 없는 일들이라고 했지만, 딕은 웃음과 농담으로 데미안의 불평을 무마시키며 제 어린 동생의 차 위에 앉힌 후 저도 엉덩이를 붙여 앉았다. 먼 길을 돌고 돌아 몸을 굴리던 차라도, 트인 사방으로 불어오는 밤바람에 금방 식어 차가워진 쇠판 위에 걸터앉아 딕은 과장스럽게 몸을 떨었다. 감기 걸리겠다. 한 손으로 차를 짚고 고개를 숙여 창문으로 몸을 반쯤 들이밀어넣은 딕이 꺼낸 것은 담요였다. 어두운 색에 거칠기까지한 싸구려 담요. 딕은 담요를 소리나게 털고는 데미안에게 다가갔다. 청바지가 차 위에 쓸리는 소리와 데미안의 투덜거림과 딕의 웃음 소리. 딕은 자연스럽게 데미안과 제 어깨 위에 담요를 걸쳐 덮었다.

 

“ 고담에선 볼 수 없는 하늘이지 ”

 

고개를 젖혀, 하늘로 시선을 올린 딕에 데미안은 고개를 돌렸다. 보랏빛과 청색이 검은 도포 위를 휘감고 있는 그 위로 별들이 촘촘히 박혀있었다. 우주를 담은 넓디 넓은 창에 딕은 새삼스럽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주에서 보는 우주보다, 땅 위에서 보는 우주가 제일 아름다운 것 같아. 감수성 섞인 감상평에 데미안은 혀를 찼지만, 아이의 작은 시선은 여전히 하늘에 못박혀있었다. 매연으로 더럽혀지지 않은 순수한 하늘. 그 어느 때 하나 타지 않아 지문 하나 묻지 않은 깨끗한 유리창으로 보이는 우주의 너머. 데미안은 시선을 돌렸다.

 

딕은 여전히 하늘을 보고 있었다. 살짝 젖혀진 고개에 드러난 목울대와, 매끈한 턱선. 그리고 하늘을 담고 있는 눈. 데미안은 생각했다.

 

‘ 우주라면 네 눈에도 있는데 ’

 

사방은 찬바람 불었다. 그곳에 있는 것이라고는 우주를 비추고 있는 유리창같은 하늘과 그 위에 서서 춤을 추고 있는 별들, 그리고 차 한대에 모든 걸 실은 두 사람 뿐이었다.

 

오~글~오~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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