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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반/뎀딕] 짤글
(1)
데미안은 늘 짓고 있는 표정만큼이나 무뚝뚝하고 사나웠지만, 적어도 동생의 서툰 넥타이 매김을 바라만 보고 있진 않았다. 작은 서커스보이. 새의 이름을 달고 천막 안을 날아다니던 작은 새가 어린아이용 정장을 입으면, 보타이를 매어주는 건 자연스럽게 어미의 몫이 되어야했다. 데미안은 혀를 차며 딕을 불렀다. 한참 목에 매인 작은 리본과 씨름을 하던 딕은 손가락에 얽힌 보타이끈을 풀지도 않은 채 강아지처럼 데미안에게로 달려왔다.
" 이런 것쯤은 혼자 할 줄 알아야 될 거 아냐."
짓궂은 말. 데미안은 키차이가 심한 딕을 위해 자세까지 낮추어 주며 딕의 꼬인 보타이로 손을 뻗었다. 딕은 줄에 얽힌 손을 빼고 아래로 내렸다. 데미안의 까만 머리카락과 그 아래 패여진 미간. 딕은 그 미간이 한 때 서재에 들어가 봤던 책장 안의 두꺼운 책같다고 생각했다. 사실 데미안은 미간에 무언갈 꽂고 다니는 건 아닐까? 떨어트릴까봐 저렇게 찌푸리고 있는거야.
참으로 아이다운 생각을 하며 딕은 자신의 목에서 손을 떼는 데미안을 봤다. 낮춘 자세를 다시 꼿꼿이 세우는 데미안이 장승처럼 높아져서, 딕은 데미안을 솜털이 보송한 뒷목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꺾으며 바라보았다. 데미안은 딕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자신이 묶어준 보타이를 보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을 보는지는 높아 알 수 없었지만 딕은 웃었다.
고마워, 데미안.
데미안은 별 다른 말 없이 혀만 찼다.
(2)
딕은 데미안의 손길이 좋았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데미안은 딕이 곧잘 제 일을 잘 하고나면 그 큰손으로 머리를 쓰담어주곤 했다. 딕은 데미안의 손길에서 향수를 느꼈다. 자신의 머리를 쓰담어주던 손길은 아버지의 손과 비슷했다.
궂은 일로 굳은살이 그득한 투박한 손. 두껍고 긴 손가락이 제 머리 위를 간지럽힐때면 딕은 그렇게 기분 좋을 수 없었다. 데미안의 손에 딕은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이미 돌아가시고 없는 아버지에 대한 향수. 자신의 양아버지와 닮은 손.
길쭉하고 커다란 손. 큰 형의 손. 딕은 검은 장갑이 벗겨진 데미안의 검지를 답싹 잡았다. 굳은 살은 데미안 못지 않게 있지만, 그에 비하면 아직 한참 세월이 덜 스쳐간 작은 아이의 손이 굵은 손가락을 잡았을 때 데미안의 험상궂은 얼굴은 길쭉하고 커다란 손. 큰 형의 손. 딕은 검은 장갑이 벗겨진 데미안의 검 손가락을 답싹 잡았다. 굳은살은 데미안 못지 않게 있지만, 그에 비하면 아직 한참 세월이 덜 스쳐간 작은 아이의 손이 굵은 손가락을 잡았을 때 데미안의 험상궂은 얼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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