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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구계정 글 정리
데미딕의 소재 멘트는 '전부 착각이라면,그렇다면..', 키워드는 현기증이야.
허전한 느낌으로 연성해 연성
연반뎀딕으로 딕 사망 주의. 캐붕은 늘 주의. 키워드를 보고 뭔가 쓰고싶었으나 실패함.. 의식의 흐름..
배트맨의 작은 울새가 죽었을 때, 가장 많이 울었던 건... 글세, 모르겠다. 겉으로 흘리는 것만이 눈물이 지닌 의미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아는 그는 울새의 추락에 누가 가장 슬퍼했는지 따위를 겨루지 않았다.
데미안은 성인식의 전날, 가주의 이름을 완전히 물려받기 전날, 간소한 선물이라며 아버지에 의해, 어른이 된 자신을 위해 다시 꾸며진 웨인저의 서재 안, 정원의 나무처럼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자리잡고 있던 소파에 앉았다.
그의 손에 들린 유리잔에 담긴 건 평소 즐겨 먹곤 하던 값비싼 와인이 아니었다. 얼음을 띄울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코가 아릴 정도로 독한 술만이 고스란이 담긴 잔은 입을 몇번 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보다 양이 확연히 줄어있었지만, 데미안은 줄은 잔을 몇번이고 채우며 비웠다.
남이 보면 혀를 찰 정도로 독한 훈련을 받고 험악한 나날을 보내온 배트맨이라고 해도 목을 태워버릴 기세로 넘어간 알코올이 몸을 장악하는 걸 막을 순 없었다. 데미안은 시발점을 찾을 수 없는 열이 순식간에 올라와 머리부터 시작해 천천히 몸을 잠식해가는 걸 느꼈지만 잔 안의 술에 다시금 입을 댔다. 눈알이 녹아버릴 것처럼 열이 붉은 혀로 눈알을 죄여와, 데미안은 손으로 눈두덩이를 꾹 눌렀다. 벌려진 입 사이로 튀어나올 것들이 많아 보였으나, 그의 입에서 나온 건 결국 탄식어린 한숨 뿐이었다.
이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 스스로가 동경하는 아버지를 따라 이 길을 선택했을 때, 처음 날개를 펼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후드려지게 맞을 뻔 한 스스로의 경험도 있었고, 자신의 아랫 동생들을 잃을 뻔 한 적도 무수히 많았다. 고담은 번화한 만큼 지독하리만큼 잔인한 곳이었고, 그곳의 빌런들은 몇십번을 아캄에 집어넣어도 다시 나와 그 정신나간 혀를 낼름거리며 머리통에 총구를 들이밀지 모를 일이었다. 데미안은 지옥같은 그곳에서 아버지를 잃을 뻔하고, 스스로를 잃을 뻔하고, 동생들을 잃을 뻔 했지만 정말로, 실제로 잃는다는 생각따윈 가져본 적도 없었다. 어쩌면, 자잘한 트러블로 언성을 높히곤 했던 팀의 말처럼 자신은 몸만 자란 어린아이일지도 몰랐다. 단언컨데, 데미안은 자신의 '식구' 중 누군가를 잃게 될 수도 있단 생각을 가져본 적은 추어도 없었다.
사람이 죽지 않는다거나, 영화처럼 기적같이 죽음의 문턱을 훌쩍 넘어 돌아온다거나, 하는 허황된 꿈이 아닌 - 데미안은 은연 중 밤 속에서 날개짓을 하는 박쥐와 새들 중 그들의 날개를 꺾어버릴 위협이 있을지언정, 혹은 날개가 꺾여질지언정 그 작은 모가지가 꺾여버릴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던 거다. 그건 자신의 곁에서 파닥이던 새의 날개도, 모가지도 모두 꺾여진 후에야 스스로 깨달은 사실이었다.
데미안은 잔을 내려놓고 허리를 숙이며 양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얼굴에 열이 올라 시뻘게 진 게 피부 위로 느껴졌다.
" ....... "
벙어리라도 된 것 마냥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이 없었고, 입 밖으로 내고싶은 말도 없었다. 데미안은 지금 입을 열면 스스로 듣기에도 우스꽝스럽고 소름 돋을 것 같은 소리를 낼 것 같다 생각했다. 그건 짐작보다는 확신에 가까웠을 것이다. 데미안은 입술을 깨물었다. 술기운에 벌개진 얼굴이 커다란 손에 가려져 그 아래 나온 입술이 짓이겨지는 게 드러나보였다. 리처드. 그 한마디를 꺼내고 싶었으나 알량한 자존심이 저가 짐승처럼 울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데미안은 자신을 지탱하듯 세워놓았던 그 알량한 자존심의 거부를 뿌리칠 자신이 없었고, 그렇기에 그가 입을 연 건 꾹 다문 입과 올라온 열기로 산소를 받아들이길 거부한 코에 폐가 기도를 두드리며 턱턱 숨이 차오를 때였다.
입이 열리고, 허억-하는 숨소리 이후로 뱉어질 것 같았던 앓는소리는 그의 착각이었다. 그는 짐승처럼 울지도, 앓지도 않았다. 그거 꺼낸 말은 단 한마디였다. 리처드. 데미안은 그 한마디를 스스로 들어도 소름끼칠 정도로 이질적인 목소리로 불렀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들었다. 열기가 들어차 흐리멍텅해진 시야 앞으로 서재가 흐릿하게 들어찼다. 데미안은 그제서야 왜 자신이 서재로 온 것인지 알게 되었다. 이 서재 속에는 아이가 떨어트리고 간 웃음과 깃털들이 흔적처럼 즐비해있었다. 선물이라며 알록달록한 동화책을 어울리지도 않는 고서 옆에 끼워둔 것들과, 언젠가 가져다 놓은 박쥐와 새모양의 장식 인형이며, 갈색과 고동색의 어두운 색 속에 드문드문한 유색으로 빛나는 아이의 흔적들. 순식간에 몰아쳐 이 집의 모든 것을 흔들고 간 게 착각인것마냥 아이의 흔적이 그 서재 속에 고스란이 남아있었다.
조커딕/카피캣팀
소년들은 혈기왕성한 시기가 되면 각자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할 무언가를 찾기 마련이었다. 어떤 이는 자동차, 어떤 이는 친구들과의 도를 넘은 장난, 어떤 이는 여자. 하지만 팀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건 또래의 소녀도, 친구들과의 위험한 장난도 아니었다.
팀은 ‘그 남자’에게 숭배에 가까운 마음을 가졌다. 고담에 삶의 터전을 두고있는 이들이라면 마땅히 두려워해야할 존재. 이름만으로도 위협적인 그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빛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표출하고 있는 조커는 팀을 그 어떤 것보다 더욱 황홀경에 빠트렸다.
하얗게 분칠한 얼굴에 강렬하고도 기괴하게 올라간 붉은 입매. 광기를 고담의 밤에 뿌리고 다니는 미친 광대에 빠져들게된 건 어느 날을 기점으로 그가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팀은 그저 여느 또래들과 다름없이 크고 작게 일어나는 범죄에 일반인과 비슷한 기준치의 관심을 두었을 뿐, 그에게 남다른 관심도 애착도 없었다. 조커란 그저 고담에 살게 되면 한 번 이상은 듣게 되는 미치광이의 이름일 뿐이었다. 하지만 3년 전. 미친 광대라는 상징은 같지만 모습도, 그리고 약간의 범죄 방식도 다른 조커가 나타난 뒤로는 팀은 자신이 가진 대부분의 시간을 그에게 바치듯 했다.
일반인인 팀이 조커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째서 조커가 ‘대체’되었는지, 대체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팀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의 조커였다. 뒷골목에 서식하는 사람과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평범한 가정집에서 태어난 14살의 소년이 알아 볼 수 있는 수단이란 거의 없었지만 팀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그리고 그 선을 넘어보려 아등바등하면서까지 그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하고, 빠져들었다. 한 번 빠져들면 발을 빼내기 힘든 늪같은 광기 속으로 몸을 던진 소년이 모방 범죄로까지 손을 뻗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모방 범죄에 한번 손을 뻗은 팀은 영특하고 영리한 아이답게 누군가에 들키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그리고 누구에게 들키지 않고 일상 속에서 평범한 가정집의 평범한 아이로 살아가며 조커와 자신을 가깝게 만들었다. 카피캣이 된 것이다. 팀은 솜뭉치 안에 발톱을 숨길 줄 아는 섬세한 카피캣이 되어 그를 향한 열망으로 우물을 파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열렬한 추종자이자 뛰어난 카피캣으로서 손 안의 발톱을 꺼내들었을 때 그와 마주한 것을, 팀은 운명이란 타이틀을 걸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기뻐했다. 창백함과는 다른, 탁한 녹색 머리카락 아래 하얀 분들이 틈없이 칠해진 얼굴 위로 붉은 특징이 휘말려올라가있는 그를 보며 팀은 공포가 아닌 황홀경 속에서 숨이 멎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가까이서, 직접. 그와. 놀란 얼굴로 말을 잇지 못하는 팀을 보며 조커는 나이프로 손장난을 쳤다. Why so serious? 그리 물으려던 조커는 팀의 얼굴을 물들인 게 공포와 두려움이 아닌 동경에 가까운 것임을 읽고는 눈을 잔뜩 휘어 웃었다. 가늘어지는 눈매가 소름 돋을 정도로 매력적인 웃음이었다.
“ 이 상황이 무섭지 않나보네. 그렇지? ”
너는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은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묻는 물음 뒤로 찰칵거리는 나이프 소리가 두 번 효과음처럼 들리고, 팀은 자리에 주저앉은 채로 그를 올려다보며 닫고 있던 입을 열었다.
“ 원래 있던 조커가 당신이 아니란 걸 알아요. 조커가 사라지고 당신이 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
조커는 손톱에 칠해진 매니큐어를 보는 여자처럼 나이프를 눕혀 날에 스며드는 빛에 시선을 둔 채 팀의 말을 들었다. 노랫소리같은 간단한 대답이 들려오고 그의 손에 몇십명의 입을 찢어놓았을지 모를 나이프가 들려있음에도 팀은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말을 이었다.
“ 매일 당신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당신이 나오는 기사들을 스크랩하고, 당신을 생각했어요. ”
가히 스토커의 행실처럼 들리는 말을 들으며 조커는 눈만 굴려 주저앉은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살풋 휘어 접힌 눈매는 변화가 없었지만, 그 안에 담긴 푸른 눈에 약간의 흥미가 이는 것을 팀은 캐치할 수 있었다. 달칵, 하고 한번 접혔다 다시 날을 드러낸 나이프의 날을 반대 손, 하얀 장갑이 씌여진 손끝으로 훑은 조커가 물었다.
“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
팀은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팀은 그를 만나 가장 하고싶었던 말을 꺼냈다. 그건 팀이 수많은 매체에서, 그리고 자신이 모은 모든 것에서, 그리고 지금 바로 앞에 서있는 그를 보며 늘 생각하던 말이었다.
“ 당신이 가장 아름다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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