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DC/Marvel

[연반/팀딕] 여장주의

눅군가 2014. 1. 3. 21:57

튙터에 올렸던 옛날 짤글

팀딕/연/반/여/장/변/태/주의








“ 아저씨한테 다신 이런 거 시키지 말라고 할거야. ”

부루퉁한 목소리로 말하는 딕에 팀은 막 들어선 터미널 안 홍등 아래로 던져놓은 시선을 주워 담아 조수석의 딕을 가볍게 눈짓하고 웃었다.

“ 그렇게 마음에 안들어? 정말 잘 어울리는데 ”

“ 그래서 더 마음에 안들어! 아무리 필요한 일이라지만...! ”

꼭 새침때기 마냥 팔을 꼬고 어깨날을 세운 채 좌석 등받이에 기대앉고 불평을 해대는 딕을 보며 팀은 소리내어 웃었다. 투정을 잘 부리지 않는 아이인데도, 지금의 상황은 투정이 나올 만큼 마음에 들지 않겠지. 팀은 딕의 복장을 보며 말 없이 딕의 투정에 긍정을 한 표 던져주었다.

고담의 배트맨이 아닌, 리그의 배트맨으로서 일을 하고 있던 브루스에게서 ‘여장’이란 임무를 받은 건 흔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던 일도 아닌, 별로 놀랄 만한 일도 아니었다. 솔직히 팀 역시 브루스의 지시로 여장을 하고 잠입한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팀은 이미 여장을 하기에는 꽤 자라버렸고, 브루스의 사이드킥인 제이슨이 하기에는 잠입 수사에 여건되는 나이가 너무 애매모호했다. 브루스가 조사하려고 한 건 각 도시를 거쳐 은밀하게 통신망을 뻗고 있는 신규 마약단체의 실마리를 잡는 거였고, 그 마약 단체와 연결되는 가장 유력한 실마리는 한 인신 매매꾼들이었다. 청소년도 아니고, 성인 여성도 아닌 ‘아동’들을 거래하는 악질 중의 악질들. 배트맨에게는 그 소굴에서 처신하며 깊게는 아니더라고, 아지트의 위치는 알아내며 위협에도 빨리 대처할 수 있는 잠입 수사원이 필요했다. ‘여자아이’ 수사원 말이다.
그리고 브루스의 말(명령)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한 딕이 여장을 하는 건 아주 간단한 문제였다.
딕은 아직 2차 성징이 오려면 한참 먼 어린 아이였고, 애교 한번으로도 사람 혼을 쏙 빼놓을 것같은 귀여운 아이였다. 그런 딕을 여자아이로 만드는 건 가발과 여아용 아동복이면 충분했다.

일부러 아이를 인신 매매꾼들의 눈에 보이는 장소에 미끼처럼 던져놓고, 하기 싫다고 했으면서도 능청스럽게 길 잃은 아이를 연기한 딕 덕분에 그들이 주로 다니는 길로나 몇몇 거점들은 알 수 있었다. 입구를 만들어놓았으니 나머지는 배트맨이 어련히 알아서 할까. 팀은 딕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기회를 보다, 브루스의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조용하고 확실하게 딕의 탈출로를 만들어 주었다. 놈들에게는 그저 딕이 운 좋아 빠져나간 어린아이쯤에 불과할 것이었다.

지금으로 돌아와서. 팀이 가져온 차를 타고 웨인가로 돌아가는 동안 딕은 등의 반을 살짝 덮을까 말까했던 까만 가발을 벗어 뒷좌석으로 던져놓은 채 몸보다 큰 조수석에 저를 파묻고 있었다. 눈치를 봐선 입고 있던 케이프코트식의 원피스마저 벗어버리고싶어하는 듯했지만 갈아입을 옷 없어 투덜거림으로 그걸 대신하고 있었다.

“ 분명 제이슨 형이 놀릴 거야 ”

“ 하하. 심하게 놀리면 형이 혼내줄게. ”

“ 하지만 형도 놀리고 있잖아... ”

부루퉁한 목소리로 자라마냥 목을 움츠리며 대답하는 딕을 향해 장난스럽게 웃어준 팀은 질감 좋은 회색 케이프코트와 어그부츠 사이에 뻗어져나온 검은 다리를 응시했다.
터미널 안, 일정한 듯 일정하지 않은 간격의 홍등 아래 붉은 불빛과 그림자가 오고가는 그 사이. 촘촘한 스타킹이 그리 크지 않은 부피에도 늘어나 허벅지의 까만색 아래로 옅은 살빛을 드러내고 있었다. 옅게 드러난 까만 살빛의 허벅지 위를 홍등과 그림자가 피아노 건반처럼 지나치는 걸 보며 팀은 전방으로 시야를 돌렸다. 톡톡. 팀의 검지 손가락이 애꿎은 핸들만 톡톡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