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DC/Marvel

[로빈즈]로 퍼/시/픽/림 썰 (2) (스포주의 왕주의)

눅군가 2013. 7. 15. 16:50

(1)에서 이어짐

 

 

데미안은 딕과의 드리프트를 성공적으로 끝냈고, 그건 데미안에게도 예거를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됐음. 딕은 그에 자신이 맞지 않았냐며 당당히 말했고, 데미안의 입장도 떳떳해 졌음. 그렇게 둘은 파트너가 되었음.

카이주들은 쉬지 않고 찾아왔고, 4등급 두 마리가 나타났을 때 둘은 예거에 올라탔음. 데미안에겐 첫 출정이었고 딕에겐 데미안을 파트너로 한 첫 출정이었음. 브루스는 여전히 걱정이 앞섰지만, 딕은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고 데미안은 기세 등등해보였음. 사실 그래서 더 걱정된건지로 몰랐음.

 

카이주는 기지와 별로 떨어져있지 않은 곳에 나타났음. 운송기로 운송되는 예거 안에서 드리프트 중인 딕과 데미안은, 거의 딕 위주로 대화를 했음.아마 이 날이 둘이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날일 거임(입으론).

사실 둘은 드리프트 시험날 이후로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음. 데미안은 자신이 곧 예거에 탈거란 확신감에 육체적 훈련에 더욱 몰입했고, 딕은 제이슨에게 이 소식을 전해주러 병원에 갔었음. 제이슨은 이 소식에 굉장히, 노골적으로 기분 나빠했지만 어쩔 수 없는 거였음. 솔직히 머릿 속을 공유하는거니, 임시 파트너라고는 하나 기분이 좋을 리 만무했음. 그 싹수노란 꼬맹이라고 데미안을 칭하며 속 안이 어땠냐고 묻는 제이슨에 딕은 그냥 어린애라고 얘기했음. 어차피 제이슨이 낫고 둘이 다시 드리프트를 하게 되면 제이슨이 자신의 머릿 속에 들어와 데미안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생각, 기억을 읽겠지만 이래나 저랬거나 지금 데미안의 마음을 입으로 말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음. 딕이 본 데미안의 기억과 감정들은 존경하는 아버지의 틀에 자신이 맞지 않아 틀 안에 집어넣을 모형을 마구잡이로 내려치는 어린아이같았음. 그 왜, 아기들이 지능 발달을 위해 가지고 노는 모양틀이 있는 나무 상자. 그걸 갖고 놀며 자신이 원하는 모양틀 안에 손에 쥔 모형을 놓기 위해 애를 쓰는 아이. 하지만 그 모형이 어디가 어떻게 틀려 안들어가는지 방법을 몰라 떼를 쓰는 아이. 딕의 생각으론 그랬음. 데미안의 기억의 눈을 통해 본 브루스는 늘 엄격했고, 높은데다 다른 곳을 보고 있었음. 브루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전장이었고, 전장에는 너무도 많은 것들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그의 시야와 움직임을 묶어놔 데미안에게로 시선을 돌리게 할 여유가 없어보였음. 딕은 그런 브루스의 뒷모습을 한참 보는 데미안이 참 딱하다고 생각했음. 양아들이기는 하나, 브루스와 오랜 시간을 보내며 친자처럼 자라온 딕은 너무나도 잘 아는 느낌이었음. 막내동생에 대한 동정심과 애정이 살폿 피어난 감정을 갖고 딕은 데미안을 바라보기 시작한거임.

 

데미안 역시 딕의 기억을 보았음. 딕의 어린시절에 있었던 불운, 사고, 그리고 전 파트너였던 제이슨에 대한 기억, 친형제와 다른 없는 형제애, 그리고 아버지의 칭찬까지. 거의 대부분을 그 짧은 시간에 받아들이고 보게 된거임. 데미안은 그 기억 속에서 딕과 제이슨을 칭찬하던 브루스의 모습을 잊을 수 없었음. 데미안에게 브루스의 그런 모습은 존재하지 않았음. 브루스가 데미안과 둘을 차별하는 건 아니지만, 시기가 적절하지 않은 건 사실이었음. 데미안이 브루스의 곁으로 왔을 때, 브루스는 죽어나가는 예거들과 카이주의 거세지는 습격, 4등급의 등장, 예거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의 의문 등으로 심신이 고달파질 정도로 바쁘고 삭막해져있었음. 피로가 몸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 점점 갉아먹고 있었던 거임. 브루스는 예전의 브루스 그대로였지만, 누군가를 칭찬하고 돌아봐줄 여력이 없던 시기에 데미안이 온거임. 그러니 데미안에게는 딕의 기억 속처럼 무언가 성공했거나, 좋은 결과에 대한 브루스의 칭찬의 기억이 없었던 거임. 딕은 가지고 있는. 이 부분에서 데미안은 묘한 시기감이 생겼음. 드리프트 때야 밀려오는 기억을 뒤로 하고 예거를 작동시키는 데 집중해 딕에게 그런 시기감을 느끼지 않았지만, 드리프트가 끝나고 생각을 정리해보며 흘러들어온 딕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그런 시기감이 생긴거임. 나는 그레이슨보다 더 잘할 수 있는데, 못한 게 없는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거임.

 

물론 이번 정식 출격에서 드리프트하며 딕은 그걸 느꼈지만, 딱히 다른 별다른 말도, 생각도 하지 않았음. 딕은 데미안을 이해했음. 데미안이 들으면 욕지거리를 부어줄 소리지만 딕은 데미안에게 아버지의 정이 필요한 시기라는 걸 알고 있었고(이 썰에서 데미안은 이제 갓 성인의 문턱을 넘기 위해 발을 디딘 10대 후반) 아버지를 눈 앞에서 잃은 후 브루스에게 훈련 받으며 아버지의 애정을 갈구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더욱 이해할 수 있었음. 자신은 제이슨과의 형제애로 애정에 대한 면은 많이 극복할 수 있었음. 하지만 데미안은 혼자고, 데미안의 외가에서도 그다지 애정을 받지 못한 것 같았음. 그러니 애정이 필요한데 주는 곳은 없어 날이 선 새끼고양이처럼 변해버린거임. 어째됐건 둘은 서로에 대해 이해와 오해를 갈라 갖고 있었음.

 

한낱 사람에겐 한없이 깊은 심해지만, 예거에겐 허리 아래로 오는 얕은 물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보였음. 어둡지만 레이더에서 정확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있는 카이주의 공격에 맞서 딕과 데미안은 브루스의 걱정과는 달리 꽤 잘 싸웠음. 딕은 많은 실전으로인해 싸움에 능숙한 사냥꾼이었고, 데미안은 시뮬레이션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였던 우수 파일럿이었음.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드리프트는 협동심이었음. 데미안은 딕에게 반감을 갖고 있었음. 그러니 딕이 이렇게 하자, 라고 생각한 거에 대해 거부하는 게 크고 많았음. 실전에서 드리프트 싱크로율이 떨어져 둘 다 예거에 튕기거나 접속이 끊기거나, 정말 우습게도 예거가 손발이 안맞아 넘어지는 사태는 면하기위해 딕은 어쩔 수 없이 데미안의 행동을 따랐음. 데미안은 딕이 자신을 우위로 봐서가 아닌, 그저 어린애 대하듯이 보는 것과 동시에 딕의 눈으로 본 자신이 확실히 어린아이처럼 굴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에 더욱 제멋대로 굴었음. 그러다 일이 터진거임. 카이주와의 싸움 도중 꽤 멀리까지 밀려난 둘의 옆에 카이주와 예거가 일으킨 물살에 이도저도 못하는 어선을 딕이 발견한거임. 딕의 시선을 통해 데미안의 머릿 속에도 어선의 위치와 바람 앞의 촛불같은 어선의 모습이 그려졌음. 하지만 의견은 아주 확실하게 갈렸음. 딕은 저들을 살리려했고, 데미안의 우선사항은 카이주를 죽이는 거였음. 군사로서 우선사항을 따져본다면 카이주를 죽인 후 뒷일을 하는 게 맞지만(소보다 대의를 위해) 딕의 성격상 그런 건 용납 안되는 일이었음. 하지만 데미안은 아까처럼 제멋대로 굴려고했음. 예거의 거센 움직임에 어선이 파도 위로 크게 점프하며 내려앉았고, 다시 꺼져가는 촛불의 위기 속에서 일렁거리고 있는 걸 봤을 때 딕은 데미안의 이름을 화가 난 목소리로 불렀고, 그와 동시에 예거의 시스템이 다운됐음. 드리프트의 싱크로율이 아주 바닥을 치며 예거와의 접속이 끊긴거임. 브루스는 상황실에서 딕과 데미안의 예거가 싱크로율 다운으로 인해 멈췄단 말에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음을 깨달았음. 멈춘 예거는 카이주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음. 엉덩방아를 찧고 심지어 카이주의 이빨이 헤드를 뚫고 조종석을 위협했음. 바로 옆에서 보이는 카이주의 날선 이빨에 딕과 데미안은 긴장했음. 누굴 탓하고 뭐고 할 시간이 아니었음. 같이 출격해 먼저 카이주를 해치운 켄트 부자의 예거가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둘은 벌써 황천길이었을거임. 딕과 데미안은 본부로 돌아와 브루스에게 아주 크게 혼났고, 딕은 한동안 예거에 타지 말라는(어차피 수리 중이라 탈 수도 없었고, 브루스의 반응으로 보니 데미안은 조종석에서 쫓겨날 것 같았음)명령과 함께 방으로 돌아갔고, 데미안은 브루스와 긴장감에 압박되 죽을 것 같은 훈계시간을 가져야했음.